Peace Camp

쪽빛캠프

피스캠프 > 진행중인 캠프 > 쪽빛캠프
<인터뷰> 대안교육의 선구자, 양희규 선생님 #2 2018.03.05

<인터뷰> '대안교육의 선구자, 양희규 선생님 #1' 바로 가기(링크) - http://flypeacecamp.com/indigo_camp/42591


 

<인터뷰> 대안교육의 선구자, 양희규 선생님 #2

 

 

'교사가 학생을 때리고, 학생은 인권을 존중받지 못한다.'
학교의 문제점들이 하나둘씩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었던 20년 전, 한국에 새로운 학교를 만든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국내 대안교육의 선구자라고 부릅니다.
지루한 학교 대신 재미있는 학교, 성적에 상관없이 모든 아이를 존중하는 학교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학교를 만든
前 산청간디학교 교장이자, 現 필리핀간디국제고등학교의 교장이신 양희규 선생님입니다.

피스캠프의 이영석 대표도 양희규 선생님의 첫 제자였습니다. 그러한 인연으로 선생님께서는 얼마 전 태국 치앙마이 피스캠프에 직접 방문하셨습니다.
이때다 싶어서 기획한 인터뷰, 한국 대안교육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길은 무엇인지, 글로벌 시대를 맞은 젊은이들의 변화와 10대에게 필요한 새로운 배움은 무엇인지 양희규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1.jpg

 

 

제 (제이크) : 선생님, 외국에도 대안교육 현장이 있나요?

양 (양희규) : 지역에 따라서 상당히 달라요. 영국은 대안학교가 백 년 넘게 지속되다가 지금은 거의 없어진 수준이고, 미국도 1960년대부터 몇천 개의 대안학교들이 생겼다가 이제는 많이 문을 닫았어요. 지금 미국에서는 홈스쿨링이 대세예요. 일종의 순회 강사들이 가정을 방문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도시마다 홈스쿨링 지원센터가 있어서 이제는 단순히 가정에서만 홈스쿨링을 하는 게 아닌 거예요. 사실 홈스쿨링을 하면 외롭고 고립된다는 문제가 있잖아요. 그런데 아이들이 센터에 가서 서클이나 커뮤니티 활동을 활발하게 하니까 홈스쿨링이 갖는 단점이 보완되지요. 처음에는 홈스쿨러들이 사회성이 떨어질 거라고 봤는데, 오히려 제도권 아이들보다 사회성도 높은 거예요. 내가 볼 때는 가장 성공한 형태의 대안교육의 모습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반면에 아시아권에서는 대안교육 판이 아주 활발하지는 않은 편이죠.

 

제 : 그럼 한국은 개중 활발한 편인가요?

양 : 한국은 예외적으로 굉장히 활발한 편이지요. 일본도 이렇게 활발하진 않아요. 아직도 아시아 다른 국가에서 생각하는 대안교육은 주로 소극적인 의미의 대안교육이에요. 학교 부적응아들이 가는 곳 정도로 생각하는 거죠.

 

제 : 그것이 옛날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었던 인식이 아닌가요?

양 : 그렇죠. 한국도 초기에는 그랬지요.

 

제 : 기꺼이 배울 만한 모습이라고 생각하시는 외국의 교육 현장이 있나요?

양 : 과거에는 서머힐 학교 같은 곳이 아주 혁신적인 학교라고 생각했어요. 극단적이지만 하나의 모델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영국 하틀랜드에 작은학교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는 생태 교육을 굉장히 잘 하는 곳이에요. 메트스쿨이라는 미국의 한 학교는 학생을 일주일에 한 번씩 인턴십을 보내요. 개인의 배움을 극대화 시켜주는 거지요. 빌 게이츠가 관심을 갖고 있는 학교라고 해서 유명해지기도 한 곳이에요.

 

제 : 그런 모습은 한국에서도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양 : 실제로 벤치마킹을 하면서 한국에서도 따라 하려고 하지만, 그런 방향으로 가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교육이라 하면 뭐랄까, 학문 쪽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2.jpg

 

▲ '서머힐 스쿨Summerhill School'. 영국의 교육학자 A. S. 닐이 1921년에 설립한 대안학교. 학생들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고 그 자유 안에서 총체적이고 조화로운 인간으로 성장하게 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http://www.summerhillschool.co.uk/an-overview.php)

 

 

static.squarespace.com_.jpg

 

▲ '작은학교The Small School'. 영국 하틀랜드에 위치한 학교로, 1982년에 설립되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기른 작물로 직접 요리를 해 점심을 준비하고, 도예, 목공, 요가, 사진 등의 오후 수업을 고를 수 있다. (이미지 출처: http://laeducacionquenosune.org/en-busca-de-las-escuelas-invisibles/)

 

 

 

"한국은 너무 서양 중심으로 사고를 하고 있어요. 한쪽으로 치우쳐있는 거죠.

나는 이제 한국에서 아시아 전문가들이 좀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 선생님께서 현재 필리핀 간디학교에 계시고, 최근에는 태국에도 관심을 가지고 계시다고 들었는데요. 이렇게 해외 현장을 개척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양 : 글로벌 시대로 접어든 지 이미 오래되었잖아요. 지금 젊은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더 이상 한국 사람끼리 한국어를 하면서, 한국 문화 속에서만 살 수 있는 시대가 아니지요. 구멍가게를 해도 전 세계 제품을 가져다 팔아야 하거든요. 환경 문제나 빈곤 문제, 여러 사회 이슈들도 이제는 한 국가 안에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예를 들어, 한국의 환경 문제는 중국의 환경 문제와 밀접하게 닿아 있기 때문에 혼자서는 절대 풀 수 없어요.

말하자면 글로벌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대인 거죠. 따라서 사람들도 이제는 그에 맞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간디학교도 그러한 역량을 키우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 거예요. 학생들에게 세계 어디에 가서도 생활하고 봉사하고 배울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싶은 거지요. 그러면 선택권이 넓어지잖아요. 처음부터 그런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학교를 설립하고 2년 후부터 바로 해외 이동학습을 시키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그것을 더 적극적으로 개척해 해외에 캠퍼스도 만들고 여러모로 안정화 되었고요.

 

제 : 그게 필리핀 간디국제학교군요.

양 : 맞아요.

 

 

4.jpg

 

▲ '필리핀간디국제학교'. 필리핀 두마게티에 위치해 있다. (이미지 출처 : http://cafe.daum.net/gandhiph/KAF7/26?q=%C7%CA%B8%AE%C7%C9%B0%A3%B5%F0%C7%D0%B1%B3&re=1)

 

 

제 : 필리핀과 태국이 모두 동남아시아 국가잖아요. 두 곳이 모두 동남아 지역이라는 건 어떤 의미가 있는 부분일까요?

양 : 예전에는 한국 사람들의 사고가 항상 영미 중심으로 가 있었어요. 외국이라고 하면 주로 미국 아니면 영국, 또는 유럽을 떠올렸고 이 정도가 좋은 나라, 어쩌면 본받아야 할 나라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아니거든요. 우리도 일단 아시아 국가인데, 아시아 국가와 먼저 글로벌 협력을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사실 나도 미국 박사지만(웃음), 미국 전문가들은 한국에 굉장히 많아요. 그런데 예를 들어, 한국에 태국 전문가가 있을까요? 거의 없거든요. 태국을 제대로 알고 태국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사실 한국에 아주 드문 거예요.

 

제 : 그러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대안교육 현장을 개척한다고 했을 때 좋은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양 : 와서 적응하기도 쉽고 뭘 해도 더 편안하겠지요. 한국과 유사성이 많은 곳이니까요. 사람들 생김새도 그렇고 음식도 그렇고, 많은 것이 유사해요. 그것이 편안한 점이지요. 또, 가까운 나라들이잖아요. 지금 유럽 연합을 보듯이 아시아에서도 가까운 나라들끼리 협력하기가 훨씬 더 수월하지요.

한국은 너무 서양 중심으로 사고를 하고 있어요. 한쪽으로 치우쳐있는 거죠. 나는 이제 한국에서 아시아 전문가들이 좀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 선생님께서 산청에 처음 학교를 만드신 후에도 여러 학교나, 배움의 현장을 만드셨잖아요. 자꾸 이렇게 새로운 시도를 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양 : 항상 좀 더 나은 방식의 교육을 실험해보고 싶었어요. 처음 학교를 열었을 때는 우리 학교의 철학이 너무 생소하고 급진적인 느낌을 주었거든요. 사람들이 봤을 때 아, 이거 좀 너무 많이 나간 거 아닌가?(웃음) 아이들이 다 머리에 물들이고, 귀 뚫고 코 뚫고 다니니까요. 한국 사회와 한국의 부모들을 어느 정도 존중해야 하기에 완전히 극단적으로는 못가고, 항상 절충안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점이 있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사회가 조금씩 바뀌잖아요. 처음에는 우리를 미친 사람으로만 봤는데 한 10년, 20년씩 시간이 흐르니까 조금씩 인정을 해준단 말이에요. 그 변화에 맞추어서 조금 더 과감한 실험을 할 수 있는 거지요.

 

제 : 그래서 선생님 손에서 자꾸 새로운 학교가 나오는 거군요. (웃음)

양 : 하고 싶었는데 못했던 것들 있잖아요. 너무 나간 거 아닐까, 부모들이 못 받아들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못했는데 시대가 바뀌면서 할 수 있게 된 것들. 또 학교를 하다 보니 생기는 아쉬운 부분이나, 새로 깨닫게 된 점을 보완하는 등의 여러 시도를 하니까 새로운 모델이 만들어지는 거예요. 예를 들어 내가 필리핀에 만든 학교는 주로 개별적 배움이 있는, 프로젝트 중심의 학교가 됐어요.

 

제 : 학교의 성격도 많이 바뀐 거네요.

양 : 많이 바뀌었지요. 처음에는 수업을 여러 개 하고 그중 마음에 드는 것을 학생들이 선택하는 방식의 학교였다면, 지금은 점점 더 개별적인 학습 방식으로 가고 있어요. 말하자면 홈스쿨링에 가까운 쪽으로요.

 

 

 

"표준적인 교육으로 모든 아이들에게 이상을 줄 수는 없어요.

그리고 그 말은, 다양한 종류의 학교가 있어야 한다는 거지요."

 

제 :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가장 이상적인 학교나 배움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요?

양 : 가장 이상적인 하나의 학교란 존재할 수 없어요. 학생들의 스타일이 다 다르기에, 이상적인 한 학교의 모습은 있을 수 없거든요.

 

제 : 어느 하나의 모습이 있을 수 없다고요?

양 : 어떤 아이에게는 이상이 될 수 있는데, 어떤 아이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잖아요. 표준적인 교육으로 모든 아이들에게 이상을 줄 수는 없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말은, 다양한 종류의 학교가 있어야 한다는 거지요. 다양한 스타일의 아이들이 존재하듯이요. 마찬가지로, 내가 하고 있는 교육도 어느 아이들에게는 이상적일 수 있지만, 모든 아이들에게 이상적일 수는 없어요.

 

제 : 그러면 다양한 형태의 배움과 학교가 존재하는 것이 하나의 이상일 수는 있을까요?

양 : 그렇죠. 그것이 한국 교육이 변화해야 할 한 부분이에요. 엄청나게 다양한 교육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 예전에도 같은 생각을 하셨나요?

양 : 줄곧 같은 생각이었어요. 나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간디학교가 하나의 모델이 될 수는 있지만, 전체를 위한 모델은 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제 : 어떻게 보면 지금 하고 계신 새로운 시도들도 모두 다양한 현장을 만들려고 하시는 건가요?

양 :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내가 좋아하는 학교를 만들고 있는 거지요. 나 같은 취향의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학교. (웃음)

 

제 : 선생님이 만든 현장을 모든 학생들이 거쳐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신다니, 이것도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양 : 어떤 아이들에게는 제도권 학교가 더 좋아요. 고민 없이 딱, 주어진 교과서와 주어진 내용을 가지고 열심히만 하면 되잖아요. 그런데 그런 아이들이 우리 학교에 오면, '너 이번 학기에 뭐할래?' 자꾸 이렇게 묻잖아요. 그럼 그때부터 머리 엄청 아픈 거예요. 하하.

 

 

5.jpg

 

▲ '피스캠프'에는 10대와 20대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세 가지 프로그램, '쪽빛캠프', '방학캠프', '피스로드'가 있다.

(피스캠프 소개 및 피스캠프 프로그램 소개 보러 가기(링크) - http://flypeacecamp.com/intro/1240)

 

 

제 : 피스캠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양 : 피스캠프와 같은 홈스쿨링의 형태는 대안교육이 진화할 한 방향으로 봐요. 일종의 무빙 홈스쿨링 센터라 할 수 있겠지요. 대안교육이 나아가야 할 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제 : 피스캠프의 특징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양 : 일단 해외에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지요. 그리고 철학적으로 보면, 나의 철학이나 간디학교의 철학과도 근본적으로는 같은 입장인 것 같아요. 존 홀트(John Holt, 미국의 교육자이자 작가. 대표 저서로는 <학교를 넘어서Instead of Education>가 있다)라든가, 존 테일러 가토(John Taylor Gatto, 미국의 교사이자 작가. 대표 저서로는 <바보 만들기Dumbling Us Down>가 있다) 같은 비슷한 입장의 교육 철학자들이 있거든요. 학교를 만들고 틀을 만들어서 아이들을 한 방향으로만 끌어가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이에요. 아이들은 결국 야성을 가지고 자라야 하고, 그러면서 자기가 원하는 삶을 스스로 계획하고 만들어갈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죠.

한국의 대안학교 운동이 조금씩 사그라들면서 여러 가지 새로운 방법들이 나올 거라고 아까 말했었죠? 그 다양한 형태 중 하나로, 이 피스캠프가 하나의 모델이 될 거라고 봐요. 그리고 이걸 좀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 사회에 좀 알릴 때가 된 거죠. 이것을 부각시키는 것과 동시에 피스캠프가 제대로 정착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제 : 그러면 아직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는 점은 피스캠프의 부족한 점일까요?

양 : 교육적인 내용은 부족하지 않은데, 어떤 기반이 약하다는 거지요. 학부모들이 아이를 보내고 싶어도 불안한 요소가 있는 거예요. 쉽지 않겠지만 어떠한 법적인 장치를 가져야 할 것 같아요. 사실 내가 그것 때문에 컨설팅을 하러 온 거예요.

 

제 : 피스캠프의 다른 부족한 점도 있을까요?

양 : 경제적 기반도 좀 약하다고 봐요. 그리고 태국에 한 번, 몰타에 한 번 이렇게 다니는 게 아이들에게 좋긴 한데, 기관 입장을 보면 안타깝기도 해요. 한 일 년 정도는 그렇게 할 수 있어도, 평생을 할 수는 없잖아요. 어딘가 깃발을 내리고 지역 사회와 계속 활동을 하게 되면 한 지역을 제대로 습득할 수 있는 장점도 있겠지요.

 

제 : 아까 말씀하신 기반 문제와 이어지는 이야기네요.

양 : 법적인 기반과 물적인 기반이 필요해요. 캠퍼스나 어떤 빌리지가 있다든지, 계속 무엇인가 투자해가면서 가꾸어 나갈 수 있는 기반이 있으면 좋잖아요. 그게 현재 피스캠프 리더가 봉착해있는 고민인 것 같아요.

 

 

6.jpg

 

▲ 양희규 선생님과 그의 첫 제자 이영석(간디학교 1기 졸업생, 현재 피스캠프 대표. 사진 왼쪽). 피스캠프에서는 '블루이'로 통한다.

 

 

제 : 혹시, 그 피스캠프 리더인 블루이를 보면 어떤 기분이 드세요? 옛 제자가 선생님과 비슷한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잖아요.

양 : 우선 영어의 능력, 철학적인 기반, 그리고 현장을 개척해나가는 힘, 이런 면이 굉장히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주 잘 하고 있어요.

 

제 : 스승과 제자의 사이로 보았을 때 감회가 새롭다, 이런 느낌도 있나요?

양 : 블루이는 내가 아주 초기에 가르쳤던 학생이에요. 나도 그때는 열정이 넘쳤기 때문에 나의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했거든요. 본인(블루이)은 그걸 굉장히 깊게 받아들였나 봐요. 예를 들어서, 네가 스스로 집을 지을 줄 알아야 한다고 가르쳤는데, 지금 이렇게 캠프도 만들고 큰 집도 짓고, 이렇게 실천에 옮기는 점이 뭐랄까, 그런 모습을 보니까 뿌듯하고 좋은 거죠. 열정에 불탔던 옛날의 내 생각도 나고. (웃음)

그러나 깊숙히는 잘 몰라요. 누구나 인간은 단점과 한계가 있잖아요. 블루이의 한계가 무엇인지는 나도 아직 잘 모르지요. 그런 약점을 누군가가 보완해줘야 해요. 이미 보완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나한테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데, 디테일에 굉장히 약해요. 다행히 그걸 보완해주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만약 주위에 그런 사람들이 없었다면 지금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렸을 수도 있어요. 허허.

그런데 누구나 한계가 있고 그걸 보완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사람 자체를 바꾸진 못해요. 고유한 스타일이 있으니까요. 리더가 갖는 한계를 누가 어떻게 보완해 줄 것인가, 아주 중요한 문제죠.

 

 

 

"아이들이 생각보다 외로움과 분노가 많아요."

 

사람들은 10대를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합니다. 잠재력을 키워가는 시간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보통의 10대는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 앉아서 보내게 됩니다. 학교에서는 잠재력을 키우기보다는 있던 잠재력마저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지요. 나아가 요즘은 나쁜 일, 슬픈 일, 화나는 일 등으로 10대가 뉴스 사회면에 자주 오릅니다. 그런 지금의 10대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제 : 대부분의 교육이 청소년, 즉 10대를 대상으로 삼고 있잖아요. 10대란 어떤 시기일까요?

양 : 앞으로 살아가면서 그 사람이 가지게 될 인생관과 가치관이 만들어지는 시기예요. 이게 어디로 튈지 모르는 거예요. 이 친구가 과연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시기잖아요. 이 친구가 도대체 어떤 인간인가, 안에 뭘 가지고 있을까, 그게 도저히 안 보이는데 그걸 한번씩 건드리면서 서서히 깨어나는 시기, 말하자면 삶의 나침반을 갖게 되는 때지요.

 

제 : 10대와는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 계세요?

양 : 몇 가지 방식이 있는데, 제일 좋은 건 직접 대화하는 거예요. 아니면, 이건 충격 요법이라고 부르는 건데요, 관찰을 좀 한 다음에 한번씩 가서 충격을 주는 거예요.

 

제 : 어떤 식으로요?

양 : 예를 들면, 가만 보니까 한 친구가 안 웃는 거예요. 그리고 굉장히 우울하게 살고 있어요. 이런 친구는 대화를 해도 잘 안 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어느 날 만나서, 계속 그런 얼굴로 지내면 평생을 우울하게 살 수도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말하자면 겁을 좀 주는 거죠. 그렇게 충격을 주었을 때 확 변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제 : 또 다른 소통의 방식도 있나요?

양 : 아이들을 지도하는 방식은, 주로 아이들이 개인 프로젝트를 가져와서 나한테 보여주면 내가 거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변해주는 방식이지요.

 

제 : 어떤 과목을 맡아서 가르치시지는 않고요?

양 : 거의 안 해요. 어떤 과목은 가르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방식은 한 아이가 가지고 있는 주제와 프로젝트에 대해서 질문도 하고, 제안도 하고, 함께 과제를 수행해가는 방식이에요.

 

제 : 학생들과는 소통이나 교류가 잘 이루어지는 편인가요?

양 : 학생이 배움에 관심이 있고, 자신의 배움을 가지고 나와 함께 소통을 하면 잘 되는 편이지요.

 

제 : 그러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나요?

양 : 아이들은 인간관계나 심리 상태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거든요. 그런 부분은 내가 잘 해결하지 못해요. 그걸 해결하려면 우선 그 친구를 이해하고 공감해야 하는데, 나는 그게 잘 안 되는 거예요. 그쪽은 내 전문 분야가 아닌 거지요. 아이들도 다 알아요. 양쌤한테 갈 때는 구체적인 배움의 주제를 들고 가서 이야기하는 게 좋고, 그냥 막연하게 이런저런 소리 하고 뭐, 울고 소리치고 하려면 가지 마라,(웃음) 뭐 이렇게요. 그건 또 다른 선생님한테 가야지요.

 

 

7.jpg

 

 

제 : 그러면 학생들과의 사이는 어떤가요?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선생님의 이미지가 궁금한데요.

양 : 아이들은 내가 어떤 데 가장 유용한지 아주 잘 알고 있어요. 주로 두 가지 이유로 날 찾아오는데, 첫 번째는 뭔가 문제를 해결 못 하겠다, 학교를 좀 바꿔야 되겠다, 학교에 시설이 필요하다, 좀 아쉬운 거 있잖아요. 그런 게 있으면 와요. 두 번째는, 뭔가 배워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 찾아오거든요.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지 모를 때, 아니면 뭘 하다가 막혔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될 때는 바로 나한테 와요. 그러면 나는 어, 절대 마음에 드는 말은 안 해요. (웃음)

 

제 : 쉽지 않은 선생님이시군요.

양 : 마음에 드는 말은 거의 안 해주는 편이에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 뭔가를 해주지 않아요. 보통 자기가 써 온 거라든지 만들어 온 거라든지, 나한테 미리 자료를 주면 집에 가져가서 생각을 해보고 준비를 한 다음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해요.

 

제 : 학생들이 선생님을 어떻게 '활용'할지 잘 알고 있나요?

양 : 너무나 정확하게 알고 있지요. 그래서 필요할 때와 필요 없을 때를 잘 구분해요. (웃음)

 

제 : 현재 한국의 10대들이 가지고 있는 불만은 뭐가 있나요?

양 : 음, 내가 본 것 중 가장 큰 것은, 아이들이 생각보다 외로움과 분노가 많아요.

 

제 : 외로움과 분노요? 그건 어디서 오는 걸까요?

양 : 가정에서 오는 거예요. 부모가 너무 바쁘거든요. 정말 푸근하게,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가정생활을 한 아이가 많지 않아요. 나는 그걸 고아 신드롬이라고 부르는데, 아이들이 고아 같아요. 부모는 번듯하게 잘 사는데 아이는 외로워하는 거예요. 그리고 알지 못하는 분노가 있어요. 자기가 방치되었다는 느낌 때문이지요. 부모가 밖에 있으니까 아주 갓난아기일 때부터 할머니, 유모 손에 길러진 아이들이 많거든요. 그런 경험들이 마음속 깊은 곳에 쌓이는 것 같아요. 안에 어떤 분노가 생겨난 건데, 자기는 그걸 잘 몰라요. 그런 친구들은 그 부분을 약간만 건드려도 바로 눈물을 흘려요.

 

제 : 그러면 10대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은 어떤 게 있나요?

양 : 제일 큰 건 돈이에요. 이건 아주 절대적인 것 같아요. 좋은 휴대폰을 갖고 싶고, 좋은 집에 살고 싶고, 세계 여행을 하고 싶어 해요. 구체적으로 갖고 싶은 게 많은데, 그게 다 돈 문제라는 걸 알아요.

 

제 : 그건 자연스러운 현상인가요?

양 : 시대적인 현상이지요. 사실 돈으로 다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거의 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제 : 그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양 : 물질적인 소유를 많이 해서 행복해지려고 하는데, 그건 위험한 생각이에요. 왜냐하면 그렇게 한다고 행복해지지 않으니까요. 삶을 풍성하게 하려면 자연을 즐길 수 있다든지 자신의 능력을 키워서 인생을 즐길 수 있다든지 아니면 관계가 좋아야 하거든요. 돈으로 관계를 살 수는 없어요. 그렇잖아요. 하인을 살 수는 있죠. 그렇지만 그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만들 수는 없어요.

그렇다고 내가 돈을 무시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오히려 돈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제 : 그렇지만 지금 10대들은 조금 과하게 물질의 소유를 바라는 측면이 있다는 거군요.

양 : 그러니까 환상만 갖고 있는 거예요. 실제로 돈을 그만큼 벌 수 있는 애들은 거의 없어요. 가끔 내가 묻거든요. 얼마 정도 벌고 싶냐고요. 그러면 일반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간디학교에 온 아이들도 대체로 100억 이상을 가지고 싶어 해요. 그런데, 어떻게 벌 거냐고 물어보면 답이 없어요. 그러니까 구체적이지는 않아요. 심지어 자기가 돈을 벌 수 있다고도 잘 안 믿어요. 그냥 벌고 싶다는 거지, 자기가 진짜 벌 거라는 것도 아니래요.

 

제 : 자연, 생태나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잘 깨닫지 못한 채 소유욕이 강한 학생들의 모습이 안타까우신 건가요?

양 : 비싼 나이키 신발을 신고, 남들보다 좋은 휴대폰을 가지고 있으면 폼은 나지요. 그런데 그게 오래 만족을 못 주거든요. 금방 싫증 나요.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이 많이 있는데, 그걸 잘 모르고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한다고 생각하는 게 좀 안타깝죠.

나는 이렇게 생각해요. 돈이 많다는 건 굉장히 편리하다는 의미예요. 삶이 무지 편해요. 근데 그걸로 행복해지진 않아요. 그냥 편할 뿐이죠. 인간이 행복해지려면 반드시 우정이나 사랑이 있어야 하고, 창의성이 있고 성취감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게 없으면 인생이 너무 공허해요. 가만히 좋은 집에서 지내면서 맨날 맛있는 거 먹고 있으면, 그걸로 될 것 같은가요, 인간이? 절대 안 되죠. 허허.

 

 

 

"사실 10대가 호기심이 없다는 건, 두려움이 위장되었다는 말이에요."

 

제 : 그러면 지금 10대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뭘까요? 그들이 갖춰야 할 자세라든지, 그들에게 필요한 자극이 있을까요?

양 : 나는 한 마디로 이렇게 이야기해요. 자기 발견이 필요한 거라고. 우선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는지를 찾아야 해요. 사실 사람은 원래 호기심이 강한 존재예요. 그런데 누군가 만약 뭔가에 관심이 거의 없다고 한다면, 그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삶의 에너지가 어디선가 고갈되었을 가능성도 있어요. 어릴 때 어떤 데서 많이 위축을 당했거나 아니면 꾸중을 너무 많이 들어서 두려움이 크거나, 뭐든 이유가 있었기에 호기심이 차단된 거죠. 사실 10대가 호기심이 없다는 건, 두려움이 위장되었다는 말이에요.

 

제 : 위장되었다고요?

양 : 아무것도 관심이 없다는 말은, 위장된 두려움을 표현하는 거죠. 어릴 때 뭘 하고 싶었는데, 칭찬을 별로 못 듣고 꾸중만 들었어요. 그러면 이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거예요. 재미가 없잖아요. 해봐야 칭찬도 못 듣는데 왜 하겠어요. 또 다른 경우는, 꽤 괜찮게 뭔가를 해내곤 하는데 부모의 기대가 너무 높아요. 그래서 우리가 봤을 때 아이는 잘하는데, 정작 본인은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님 기대에 못 미치는 거예요. 또 애초부터 아무것도 안 하려는 아이도 있는데, 이 모든 것에는 근본적으로 두려움이 있어요. 인간은 자연 상태일 때 반드시 뭔가를 하게 되어 있어요. 뭐든지 관심이 가거든요. 누가 뭘 하라는 소리를 안 해도 어딘가에 몰두하는 게 인간이고, 원래 호기심이 많은 존재가 인간이에요. 근데 호기심이 없고 아무 데도 관심이 없다는 건 좀 이상하지요. 결국 두려움이 많거나 뭔가를 할 만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제 : 그러면 청소년들에게 지금 필요한 건 뭘까요?

양 : 어쨌든 그 두려움을 넘어서야 해요. 쉽지 않은 일이지요. 자기 스스로 나를 바꾸겠다는 대단한 각오 없이는 잘 안 바뀌어요. 그래서 좋은 스승이나, 좋은 코치가 필요한 거예요.

 

제 : 먼저 자기가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인식이 있어야 하겠네요.

양 : 그렇죠. 그런데 두려움이 있다는 인식이 잘 안 돼요. 그런 친구들이 대부분 겉으로 봐서는 그냥 편안하게 살고 있거든요.

 

제 : 아마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양 : 아마 그럴 거예요. 그냥 휴대폰 만지면서 TV보고 영화도 보고 어떻게 보면 편하게 살고 있는데, 사실 별로 하고 싶은 건 없어요. 그리고 체험이나 모험을 잘 하려고 하지도 않아요. 지금 젊은 사람들 대다수가 그래요. 좋게 이야기하면 야심이 부족하다 할 수도 있지만, 나쁘게 생각하면 젊은이가 젊은이답지 않아요. 이미 노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갖고 있는 거예요. 야성이 너무 부족한 거죠. 그걸 두려움이 큰 거라 봐도 되고요.

 

제 : 그러면 어떤 경험을 해야 그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혹시 이런 경험은 10대가 꼭 해야 한다, 생각하시는 게 있나요?

양 : 여러 가지가 있어요. 예를 들어서 이렇게 음악을 하는 건 좋은 거예요. 밴드하고 막 고함 지르고, 그냥 미친 듯이 한번 자신을 풀면 두려움이 좀 없어져요. 또 하나는, 문명을 등지고 정글 같은 곳에 가서 한번 살아보는 거예요.

 

 

8.jpg

 

▲ 피스캠프의 밴드 프로젝트.

 

 

9.jpg

 

▲ 피스캠프의 지역 연계 프로그램, '카렌 마을 체험'.

 

 

제 : 말 그대로 야성을 기르는 거군요.

양 : 그렇죠. 가서 사냥도 하고 불도 다 직접 지피고. 아마 처음에는 정말 고통스러울 거예요. 허허. 다른 방법이 있다면, 한번 찾아봐야겠지요. 자기가 하고 싶을 만한 것을 검사를 통해서 파악하는 방법도 있어요. 다중 지능 검사, 적성 검사, 성격 검사, 이런 걸 종합적으로 하면 대충이나마 자기 적성이 나와요.

 

제 : 그런 검사가 실제로 도움이 되나요?

양 : 도움이 돼요. 지금은 너무 막연한 거잖아요. 도대체 내가 뭘 좋아할까, 알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검사를 해보는 건데, 그러면 자기 적성의 공통분모가 나오고 약간은 범위가 좁혀지는 거지요. 그럼 그 안에서 찾아보는 거예요. 그런데 그게 처음에는 잘 안 돼요. 검사해서 나온 것을, 막상 가서 배우려고 하면 효과가 잘 안 날 수도 있거든요. 그럴 때는 아까 이야기했듯이 음악을 하거나 새로운 여행 등을 통해서 용기와 자신감을 가지다 보면 뭔가 돌파구가 나올 수 있지요.

 

제 : 10대가 자신이 원하는 걸 찾으려면 어떤 시간을 가져야 할까요?

양 : 아마 개인의 차이가 많을 거예요. 심리적으로 두려움이 클 때는 예술 치료가 도움이 많이 돼요. 그리고 한번씩 미쳐보는 거, 객기 부려보는 거. 그게 일탈이 되어도 좋고 돌고래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라도 좋아요. 그런 식으로 내 안에 있는 것들을 질러보는 거예요. 그런데 그것도 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서, 용기가 잘 안 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가장 쉽고,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건 사실 예술 치료예요. 사진 찍고 곡 만들고, 연극이나 뮤지컬을 해서 자기 안에 있는 걸 끄집어내는 거죠. 여기서 좀 놀라웠던 사실은, 그냥 해보라고 하면 절대 안 할 아이들에게도, 예술이란 장르를 통해서 네가 살아온 이야기를 표현해보라고 하면 관심을 가진다는 거예요.

 

제 : 뭔가를 찾긴 찾았는데, 이게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건지 아닌지 헷갈리는 경우도 많잖아요.

양 : 아, 많지요. (웃음)

 

제 : 그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될까요?

양 : 한 1년 파 봐야 알지요. 그래도 후회할 거 하나 없어요. 그냥 취미로 삼아도 되니까요. 뭐, 아니면 그만두고. (웃음) 그래도 배우긴 배웠잖아요. 주로 악기를 하는 애들이 그래요. 한번씩은 자기가 뮤지션이 되겠대. 다들 그러거든요. 그럼 내가 그래요. 한 3년 정도 열심히 해 봐라, 그럼 답은 나올 거다. 하하.

 

제 : 충분한 시간을 가졌음에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하는 경우는 어떤 경우일까요?

양 :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건, 사실은 병적인 거예요. 그런데 예를 들어서, 몇 개의 관심사는 있는데 특별히 막 관심가는 건 없다, 그건 굉장히 보편적인 거예요. 사실 나도 그렇거든요. 스포트라이트와 제너럴리스트라는 말이 있는데, 스포트라이트는 한쪽에 필이 꽂혀서 그거 외에 다른 건 아무것도 생각 안 하는 스타일이에요. 완전히 한쪽에 미치는 거지요. 그런데 나 같은 제너럴리스트들은 한 가지에만 꽂히진 않아요. 이것도 좀 관심 있고, 저것도 좀 관심이 가요. 그러니까 사람은 여러 스타일이 있는 거예요.

 

제 : 특별히 관심 가는 게 없다고 해서 그게 부자연스러운 현상은 아니라는 거네요.

양 : 아니지요. 보편적인 현상이지요. 그렇지만 만약 아예 아무 데도 관심이 없다, 이건 좀 이상한 거예요. 이 세상에 태어나 아무것에도 관심도 없다니, 이건 병이죠. 허허.

 

 

IMG_1714.jpg

 

IMG_1720.jpg

 

 

제 : 선생님이 필리핀에서 방학마다 영어캠프를 진행하시는 걸 봤어요. 영어는 왜 중요한 건가요?

양 : 글로벌 시대에서 영어는 굉장히 중요하죠. 세계 100개국에 가서 써먹을 수 있으니까요. 이건 너무나 당연한 이유예요.

 

제 : 앞으로도 그럴까요?

양 : 앞으로도요. 영어는 미국의 언어도 아니고 영국의 언어도 아니에요. 세계 공통어, 쉽게 말하면 세계 어디를 가도 사용할 수 있는 언어거든요. 국제 언어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어마어마한 삶의 정보나 질의 차이가 나요. 특히 소통 능력, 영어를 모르면 어디 가서 소통이 안 되잖아요.

 

제 : 정보를 수집하는 힘에서도 차이가 나고, 글로벌 역량을 키우는 데 영어가 기본이 된다는 말씀이시군요.

양 : 맞아요.

 

제 : 10대들의 새로운 배움을 위해서 어른들이 갖춰야 할 자세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양 : 일단 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사실 나도 옛날에 저지른 실수인데, 아까 그랬잖아요. 아이가 어디에 관심이 있다고 했을 때 그냥 그래, 그럼 열심히 해 봐. 이러고 마니까 결국에는 아무것도 안 하기 쉬운 거예요. 어른들이 그런 식으로밖에 접근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아무것도 안 할 가능성이 높지요. 시간을 내서 아이가 가고 싶다는 곳에 같이 가고, 어느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그 분야의 전문가를 소개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그렇게 구체적으로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 지금은 그게 잘 안 되고 있는 건가요?

양 : 어른들은 거의 이렇게 안 해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내가 하는 일이 그거죠. 학생들에게 구체적인 도움을 주는 것. 지난 학기에도 어떤 학생이 그래픽 디자인을 배우고 싶다는 거예요. 그래서 디자인 전문가를 찾고 찾다가, 어쩌다 보니 러시아 사람을 소개해줬어요. 러시아의 디자인을 배우게 된 거예요. 젊은 사람들은 아무래도 정보력, 네트워크가 약하잖아요. 10대가 어떻게 현대 작가들을 다 알겠어요. 당연히 모르지요. 그러니까 나는 나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그 분야의 스승들을 수소문해서 소개해주는 거예요.

 

제 : 그런 모습이 지금 어른들에게 필요한 모습이란 말씀이시군요.

양 : 맞아요.

 

제 : 이번에는 선생님의 관심사를 좀 여쭈어볼게요. 교육 분야 말고도 관심을 가지고 계신 게 있나요?

양 : 아, 당연히 몇 군데 관심이 있지요. 사실 지금은 교육이 내 주 관심사가 아니에요. (웃음) 지금 나의 관심사 중 하나는, 아직 시작은 많이 못했지만 음악이에요. 최근에는 피아노를 다시 치기 시작했어요. 아직은 형편없는 수준이지만, 곧 강사에게 레슨도 받을 거예요. 하하. 내가 스무 살 때 피아노 작곡을 했다가 포기한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게 굉장히 좀 걸렸나 봐요. 40대가 넘었을 때 기타를 가지고 자작곡을 좀 만들었는데, 그때 눈물을 많이 흘렸어요.

 

제 : 그 눈물은 어떤 의미일까요?

양 :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내가 살아온 인생이 너무 힘들었다는 의미일지도 몰라요. 또, 음악이란 걸 계속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었던 것 같아요. 여러 가지 정서가 섞여서, 노래를 부를 때마다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내 마음속 막힌 부분을 좀 풀어줘야겠다는 생각이에요.

 

제 : 또 다른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양 : 건축과 조경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지금껏 아마추어로 설계하고 지은 집이 한 열 채 되거든요. 그게 참 재미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좀 오해가 있을 수도 있는데, 부동산에 관심이 있어요. (웃음) 땅에 관심이 있는 거예요. 어떤 땅을 보면 그 땅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 수 있을지, 그런 창작적인 관심이 생겨요. 어떤 이상한 지형, 보기 싫은 땅을 봐도 이걸 어떻게 바꾸어 놓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막 하는 거예요.

 

제 :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하셨던 일도 비슷한 일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양 : 산청, 금산에 마을을 만든 것이 그런 일이라고 볼 수도 있지요. 다만 지금은 좀 더 개인적인 관심사로 들어가고 싶어요. 개인 연구실을 가지고, 혼자서 막 몰두해 들어가는 거예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쪽으로요. 아무 다른 생각 없이. (웃음)

 

제 : 그것이 아까 잠깐 말씀하셨던 선생님의 미래 계획인가요?

양 : 음악이라든지, 그다음은 내가 생각하는 어떤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 아니면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해볼 계획이에요. 그리고, 옛날에는 시간이 없었지만 이제 시간이 더 많아지게 되면, 몇몇 친구들과 좀 깊은 우정 관계를 만들고 싶어요.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같이 만나서 여러 가지 이야기도 하고, 같이 프로젝트도 좀 하고. 서로 배우면서 말이에요.

 

 

10.jpg

 

 

 

"표준적인 교육으로 모든 아이들을 가르칠 수는 없다. 다양한 형태의 배움이 존재해야 한다."

"10대의 배움을 위해서는 먼저 어른들이 구체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을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는지 찾으려면, 마음속 두려움부터 넘어서야 한다."

 

대안교육의 선구자, 양희규 선생님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기존 공교육의 틀을 벗어나고자 시작했던 대안학교마저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 완벽한 자유도 더 이상의 대안이 될 수 없을 것 같아 보이는데요.

변화하고 있는 사회에 맞춘 '새로운 배움'이 과연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우리는 그 '새로운 배움'을 받아들이고 존중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선생님께서는 본인이 직접 옆에서 지켜본 10대의 이야기를 전해주셨습니다.

겉모습과는 다르게 알 수 없는 감정이 가득한 그들이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고, 그 속에 들어있는 두려움을 당당히 찾아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동감입니다. 용기를 내 두려움을 넘어설 그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스스로의 야성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바쁘신 와중에 시간을 내어주신 양희규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피스캠프 JAKE

jake@flypeacecam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