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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안교육의 선구자, 양희규 선생님 #1 2018.02.28

 

<인터뷰> 대안교육의 선구자, 양희규 선생님 #1

 

 

"나를 대안교육의 선구자다, 한국에서는 이 정도로 인식하는 것 같은데요. 
지금은 잊혀져 가는 존재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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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학생을 때리고, 학생은 인권을 존중받지 못한다.'
학교의 문제점들이 하나둘씩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었던 20년 전, 한국에 새로운 학교를 만든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국내 대안교육의 선구자라고 부릅니다.
지루한 학교 대신 재미있는 학교, 성적에 상관없이 모든 아이를 존중하는 학교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학교를 만든
前 산청간디학교 교장이자, 現 필리핀간디국제고등학교의 교장이신 양희규 선생님입니다.

피스캠프의 이영석 대표도 양희규 선생님의 첫 제자였습니다. 그러한 인연으로 선생님께서는 얼마 전 태국 치앙마이 피스캠프에 직접 방문하셨습니다.
이때다 싶어서 기획한 인터뷰, 한국 대안교육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길은 무엇인지, 글로벌 시대를 맞은 젊은이들의 변화와 10대에게 필요한 새로운 배움은 무엇인지 양희규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제 (제이크) : 안녕하세요, 선생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선생님의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양 (양희규) : 우선 나이는 만 58세, 아내가 있고 딸이 둘 있어요. 2011년에 필리핀 간디학교 과정을 만들고 나서 지금 7년째 필리핀에 살고 있습니다. 젊어서는 학문을 하는데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철학을 전공했는데 미국에 가서도 공부를 했지요.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 간디학교를 만든 것이 97년이니까 벌써 21년이 됐네요. 이후 지금까지 대안교육 분야에서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나중에 들을 질문이겠지만,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까지만 하고 은퇴를 하는 겁니다. (웃음)


제 : 실례지만, 한국 대안학교 현장에서 선생님의 이름이 가지는 위치가 어느 정도일까요?

양 : 그냥 대안교육의 선구자다, 한국에서는 이 정도로 인식하는 것 같은데요. 지금은 잊혀져 가는 존재이길 바랍니다. 허허허.


제 : 선구자라는 말에는 동의하시나요?

양 :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먼저 시작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볼 수 있지요. 다른 의미에서는, 내가 대안교육의 여러 프로그램을 처음 만들었어요. 프로그램의 철학이나 방법을 다른 학교들도 많이 따라 하고 배워가고 또 서로 개선도 했는데, 그런 과정에서 대안교육을 확산시킨 공로가 있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지요.

 

 

"빨리 한국에 가서 학교를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려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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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 그러면 교육이라는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신 건 언제인가요?

양 : 고등학교에 다닐 때요. 학교 가기가 정말 싫었거든요.


제 : 일반 고등학교에 다니셨나요?

양 : 일반 고등학교에 다녔어요. 1학년 때 자퇴를 하고 싶어서 열심히 노력했는데, 아버지 동의를 받지 못해서 결국 못했어요. 학교에 잘 가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툭하면 지각하고 결석하고, 가도 뭐 점심시간 넘어서 갔으니까요. 허허. 그런 식으로 학교도 잘 안 가고 학교를 싫어했는데, 그 대신 친구들을 좋아했어요.

우리끼리 지하 서클을 만들어서 토론도 종종 했는데, 어른들이 보면 우리가 하는 말이 다 헛소리잖아요. 그래서 우리 서클 이름이 '헛솔리즘'이었어요. (웃음) 거기서 항상 헛소리다운 헛소리를 좀 제대로 해보려 했는데, 그중 하나가 이런 학교는 안 되겠다, 아무래도 새로운 학교를 만들어야겠다, 이런 얘기였죠. 언젠가 내가 진짜 재밌는 학교를 만들 거라고 친구들한테 이야기하고 다녔어요. 내가 다니고 싶지 않은 학교 말고 정말 가고 싶은 학교를 좀 만들어야 되겠다는 얘기였는데, 20년 후에 진짜 학교를 만들었지요.


제 : 선생님께서 직접 느끼신 불만 때문에 학교나 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다는 거네요.

양 : 바로 내 고통 때문이죠. 학교를 너무 싫어했으니까요. 그때는 교사들이 학생들을 많이 때렸어요. 학생들의 의사가 전혀 수용되지 않던 시대였고, 심지어 학교에서 군사훈련까지 받았었죠.

 

제 : 더 좋은 학교를 만들겠다는 상상만으로 간디학교를 세우신 건가요?

양 : 그때는 더 급한 사회적 문제가 또 있었어요. 90년대에 들어와서는 학생들의 자살 문제가 심각한 사회 이슈였죠. 한 해에 300명 이상이 자살했는데, 미국 CNN에서 크게 보도한 적이 있어요.


제 : 그게 한국 이야기인가요?

양 : 한국 얘기가 온 세상으로 나간 거죠. 성적이나 학교 폭력 같은 문제로 인해 한 해 300명 이상이 자살한 일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었거든요. 그 뉴스가 전 세계로 나갔어요. CNN에 나오면 전 세계로 나가는 거니까요. 미국의 프라임 타임, 모든 사람이 시청하는 황금 시간대가 저녁 8시인데 그 시간에 뉴스가 나왔어요. 나는 그걸 미국에서 직접 봤어요. 그걸 보는 순간, 빨리 한국 가서 학교를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예요.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려야 하니까요. 그게 직접적인 동기였지요.

 

 

"한 사회에서 획일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면,

그것을 보완하고 대체하는 다양한 교육을 통틀어서 대안적 교육이라 하는 거지요."

제 : 간디학교를 만들 당시 일반적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대안학교에 대한 인식은 어땠나요?

양 : 우리가 95, 96년에 학교를 준비해서 97년에 시작했는데, 그때는 대안학교라는 걸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그냥 새로운 학교라고 표현했어요.


제 : 그러면 새로운 학교를 만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뭐라고 하던가요?

양 : 정반대의 두 가지 모습으로 나왔어요. 한쪽에서는 그런 학교가 당연히 나와야 된다고,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다른 한쪽 다수의 사람들은 새로운 학교라는 것이 법으로 전혀 인정받지 못한 상황이라, 불법적인 학교를 세우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어요.


제 : 대안학교나 대안교육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설명을 좀 부탁드립니다.

양 : 가장 좁고 부정적인 의미에서는, 일반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을 다른 방식으로 교육한다는 말이지요. 과거에는 그런 좁은 의미가 많이 통용됐어요. 허나 넓은 의미에서 보면, 기존 교육을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여러 교육 실험들을 통틀어서 대안교육이라 할 수 있죠. 그 범위는 아주 넓어요. 천재를 위한 학교도 가능하고 지진아를 위한 학교도 가능하고 그냥 보통 아이들을 위한 학교도 가능해요. 또, 방법론도 다양할 수 있지요. 아주 엄격한 방법부터 굉장히 자유로운 방법까지. 그러니까 사회에서 좀 획일적인 교육을 하고 있는데, 그것을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다양한 교육 방법과 실험들을 통틀어서 대안적 교육이라 할 수 있는 거지요.


제 : 대안교육이라고 해서 다 비슷한 형태가 아니라는 거네요.

양 : 그렇지요.


제 : 대안이라는 말은 무언가를 대신한다는 거잖아요. 그 용어는 마음에 드시나요?

양 :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돼요. 과거 우리나라는 공교육이 너무 획일적이었잖아요. 대안교육은 그걸 방과 후 프로그램이나 주말, 방학 프로그램 등으로 보완하거나,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학교를 대신 제안하는 거죠. 이렇게 'Alternative', '대안'은 무언가를 대신한다는 문자적 의미에서 가서 가장 포괄적인 용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대안학교 아니라 자유학교라고 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렇지만 방금 이야기한 그 포괄적인 개념에 따르면 서당학교같이 굉장히 엄격한 학교도 대안교육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유학교로 용어를 일치시키는 건 너무 좁은 의미라고 봐요. 오히려 자유학교가 하나의 대안교육이 될 수 있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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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산청의 간디학교. 1997년에 문을 열었다. (이미지 출처 : https://blog.naver.com/abc102/40204206621)

 

 

제 : 간디학교가 생기고 나서 한국에 많은 대안학교가 생겼잖아요. 그 학교들은 다 비슷한 성격이었나요?

양 : 간디학교가 생기고 나서 한 10년 동안 생겼던 초기의 학교들은 좀 비슷했던 것 같아요. 일단 학생들에게 자유를 많이 주고, 학생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넓혔어요. 회의를 통해서 자기 생활 규칙을 만든다든지, 누가 잘못했을 때는 교사가 일방적으로 처벌하는 게 아니라 학생과 교사가 모두 모여 회의를 하는 식으로요. 동시에 공동체 생활을 중요시했고, 자연과 생태를 많이 강조했어요. 도시에 앉아서 공부에 찌든 아이들이 나가서 뛰어놀고 일도 하고 여행도 다녔죠. 이렇게 초기 대안학교에는 학생들의 자율, 공동체 생활, 자연과 생태, 이렇게 세 가지가 공통으로 녹아 있었어요. 그런데 한 10년이 지나면서 기독교 대안학교들이 많이 생기고, 또 한쪽으로는 학원 형태의 대안학교들이 생기면서 대안학교의 성격도 다양해졌어요.


제 : 학원 형태의 대안학교요?

양 : 공부는 공부대로 열심히 하면서 특별 활동도 좀 하는 학교, 그러니까 개별 취미 활동이라든지 동아리 활동 같은 거지요. 기독교 대안학교도 비슷해요. 거기도 학습을 굉장히 중요시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부모들이 봤을 때 안전한 선택이지요.


제 : 그런 학교는 공교육과 비슷한 형태의 대안학교라고 할 수도 있는 건가요?

양 : 그렇지요. 그런 학교는 지금 잘 되고 있어요. 오히려 자연주의나 공동체 생활, 그러니까 학습에 별로 강조점을 두지 않는 기존의 순수대안학교 운동은 줄어들고 있고요. 이건 위기의식이에요. 현실적으로 취직이 잘 안 되니까, 부모들이 아, 이거 대안교육만 시켜서는 안 되겠구나, 이런 생각으로 다시 돌아간 거지요.


제 : 선생님이 실제로 학교를 만들고 운영하면서 느꼈던, 시작할 때는 보지 못했던 어려움이 있었나요?

양 : 아, 많았죠. (웃음) 처음 시작할 때는 열정이 있었으니까 다 잘 될 거다, 이런 생각이었는데 말이에요. 가장 큰 어려움은 두 가지였던 것 같아요. 몇 가지가 있었겠지만, 첫 번째는 교사 문제.


제 : 제대로 된 교사가 없다는 건가요?

양 : 대안학교 교사는 정작 새로운 철학 아래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잖아요. 대안적 교육을 하지만 실제로 보면 사고가 막혀 있다든지, 제도권의 한계를 계속 드러내는 교사들도 꽤 많았어요. 교사 교육이 제대로 안 되고서는 학교를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한 3년이 지나면서 하게 됐지요. 그래서 그때부터 간디교사대학원이라고, 교사를 배출하는 제도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그래도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아요. 교육이 되는 사람이 있고 안 되는 사람이 있잖아요. 우리 철학이 모든 사람에게 맞는 건 아니니까요. 교사를 뽑았더라도 잘 맞지 않는 사람들은 돌려보내야 하는데, 민주적으로 하려다 보니까 인사 문제에 어려움이 있어요. 잘 맞는 교사와 맞지 않는 교사를 걸러내는 장치가 부족한 거지요.


제 : 그러면 또 다른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었나요?

양 : 두 번째는 학부모 문제가 있었어요. 모든 대안학교는 보통 이 문제로 갈등을 많이 겪는데, 부모들은 다 생각이 조금씩 달라요. 학교의 철학을 전적으로 신봉하는 부모도 있지만, 사실 학교 철학은 크게 중요시하지 않는데 아이가 일반학교에서 너무 힘들어하니까 보내는 부모도 있어요. 대안학교에 한 1년 다니게 한 다음 다시 데려다가 입시 경쟁을 시키겠다는 학부모도 있었어요. 또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영 마음이 놓이지 않는 부모도 있어요. 아이에게 문자를 보내서 물어보는 거예요. 오늘 영어 좀 했나? 수학 좀 했나? 이렇게요. 이런 식으로 계속 모니터링을 하면 아이는 중간에서 아무것도 못 해요. 학교생활도 제대로 못 하고 그렇다고 공부가 되지도 않고. 그러니까 학교 철학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 부모가 아니면 너무 힘든 거예요. 대안학교들이 대부분 여기서 많이 흔들렸지요.
덧붙이자면 재정적인 문제도 있었어요. 미인가 학교는 정부의 지원 없이 학비만 가지고 학교를 운영해야 하는데, 그게 좀 빠듯했어요. 교육의 질을 높이거나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하려고 해도 돈이 너무 부족했고 교사들은 박봉에 시달렸지요.


제 : 다른 대안학교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나요?

양 : 미인가 대안학교들은 거의 비슷했어요. 다만 엘리트 대안학교, 공부 많이 시키고 학비 많이 받는 학교를 제외하고는요. (웃음)

 

 

"기존의 공교육은 아이들을 존중하지 않고, 아무런 선택권을 주지 않은 채 입시 경쟁으로만 몰아세웠지요."
"새로운 학교를 통해서 공교육도 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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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 공교육을 바꾸거나 개혁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학교를 만드셨잖아요. 그것은 기존 공교육의 역할도 어느 정도 필요했다는 의미일까요?

양 : 우리가 처음 출발할 때는 기존의 공교육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입장이었어요. 아이들을 존중하지 않고, 아무런 선택권을 주지 않은 채 입시 경쟁으로만 몰아세웠던 점이 철학적으로 봤을 때 심각한 문제였거든요. 그렇다고 공교육이 필요 없다는 입장은 아니었어요. 왜냐면 공교육은 다수의 사람을 가르치는 곳이니까요. 다만 우리는 새로운 학교를 통해서 공교육에게 너희도 변해야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거예요. 그래서 공교육이 좀 변한 점도 있어요. 그 안에서도 뭔가를 바꾸려고 하는 시도가 있었고, 혁신학교나 공립 대안학교를 세우려는 움직임이 제도권 안에서도 생겼거든요. 그건 대안학교가 영향을 준 거지요. 실제로 혁신학교 운동은 대안학교를 했던 사람들이 주로 하고 있으니까요.


제 : 혁신학교 운동은 공교육을 개혁하는 운동인가요?

양 : 대안학교 운동을 하던 사람 중 한 무리는 밖에 나가서 완전히 새로운 학교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지만, 또 일부는 다시 제도권으로 들어가서 학교를 개혁하려고 했어요. 그걸 혁신학교 운동이라고 불러요. 실제로 지금도 여러 혁신학교를 만들고 있어요. 제도권을 변화시키는 방향을 선택한 대안 교육자들도 꽤 있지요.


제 : 공교육의 순기능은 무엇인가요?

양 : 시민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과 예의를 가르친다는 점이에요. 고등학교 정도 가면 너무 입시 위주로 가니까 위험한 점이 있겠지만, 그래도 초중등 교육을 보면 한 시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기본 지식을 가르치는 것 같아요. 그건 중요한 기능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역기능도 있어요. 너무 일방적으로 교육을 하다 보니까 학생들이 사고를 제대로 못 하고, 수동적으로 변해요. 학교가 아이 하나하나의 개성을 존중하진 않으니까요. 그리고 또 교육이 너무 지루하고요.


제 : 지금 말씀하신 공교육의 역기능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가요?

양 : 그런 것 같아요, 근본적으로는. 공교육은 잘 안 변하더라고요.


제 : 공교육이 변한 부분도 있다고 하셨잖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바뀌었나요?

양 : 가장 큰 변화는 아마 학생 인권인 것 같네요. 학교가 학생 인권 선언을 받아들이고 옛날과 달리 학생 인권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있어요. 학생을 때리는 일도 이제는 없는 것 같고요. 그리고 교육 과정을 보면 특기 적성 교육이 생겼어요. 개인의 개별적 학습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거지요. 아까도 말했지만, 혁신학교처럼 조금 다른 형태의 학교를 만들어 내기도 했고요. 지금은 고등학교 가기 전에 1년 정도 대안적 교육 기관에 가서 학력을 인정받는 제도도 생겼어요. 그러니까 학교 문화가 바뀌었고, 제도적으로도 학교가 변한 점이 있지요.


제 : 그건 긍정적인 변화인가요?

양 : 나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봐요.

 

 

"인간은 스스로 자율적이길 원하는 존재인가?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자유를 원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제 : 시간이 지나면서 선생님의 생각이나 교육 철학이 바뀌기도 했나요?

양 : 쉽지 않은 질문인데요, 물론 생각은 바뀌었어요. 그런데 그렇다고 철학이 바뀌었느냐? 그건 한 번 따져봐야 할 것 같아요.
내 생각이 바뀐 점은, 내가 교육을 하는 방식이 변했어요. 처음에는 주로 알아서 하라고 했거든요. 방임에 가까운 자유를 많이 주었지요. 그런데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두는 방식이 잘 안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웃음) 좀 구체적으로 코칭이 필요한 거예요. 누가 뭘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을 때 그냥 해보라고만 하면 대부분 아무것도 안 하더라고요. 한 1년 지나서 봐도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거죠. 발전이 없다는 건 좀 안타까운 일이잖아요. 그래서 지금은 계속 불러서 대화를 많이 해요. 어떤 친구가 뭘 하고 싶다고 하면, 더 구체적으로 어떤 걸 하고 싶은지 이야기해봐, 아직 구체적이지 않으면 네가 좀 더 생각해서 나한테 이야기해줘, 이런 식으로 대화를 통해서 생각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거예요.
그렇다고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시키진 않아요. 그건 일방적인 교육이고 내가 하고 싶은 교육도 아니에요. 다만 적어도 대화를 많이 해야 그 친구 안에 있는 무엇을 끌어낼 수 있는 거예요. 그리고 참고 자료 정도는 줘야지요. 아이들은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잖아요. 이런 것도 있고, 또 저런 것도 있으니까 한번 찾아봐라, 이렇게 도와줄 수는 있지요. 그게 내가 변한 부분이에요. 학생 한 명 한 명과 대화하는 데 옛날보다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있어요.
그리고 내 철학은, 변했다는 생각도 들지만 기본적으로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고 선택을 하게 하는 것, 그건 안 변한 것 같아요. 다만 인간관은 조금 변한 것 같아요.


제 : 인간관이 변했다니, 그게 무슨 뜻인가요?

양 : 이건 참, 말하기 좀 그렇지만, 그러니까 교육 철학과는 별 관계가 없어요. (웃음)
인간이 어느 정도까지 자율을 원하는 존재인지 생각해보면, 옛날에는 당연히 모두가 자율을 원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 와서는 오히려 다수의 사람들이 생각보다 그렇게 자유를 원하지 않는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주어진 강요나 약간의 틀이랄까, 그게 없으면 불안해하는 거예요. 대다수의 사람들은 주어진 틀 안에서 누릴 수 있는, 약간의 자유를 원할 뿐이지 아예 틀 자체도 없이 살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다는 거죠. 학교를 봐도 그래요. 기존 학교에 다니면서 조금의 변화를 바라는 거지, 완전히 무인도에 가서 새로 시작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도 드문 거지요.
또 다른 이야기를 하면, 인간이 과연 착한 존재인가, 나쁜 존재인가의 문제인데, 옛날에는 그래도 인간이 선하다는 걸 전제로 모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보니까 인간은 자기 욕심이 아주 강해서, 어떤 제제가 전혀 없다고 판단되면 자기 욕심대로 가기 쉬운 것 같아요. 그렇다고 인간이 아주 악한 존재인가, 그건 아니지요. 
이유 없이 남을 괴롭히는 인간도 드물지만, 반대로 어떤 제제 없이 정말 선하게 살아갈 사람도 드문 거예요. 사람은 적당히 좀 악하고 적당히 좀 선해요. 그 철학이 좀 변했네요. 인간을 보는 게 좀 더 현실적으로 바뀌었달까, 옛날엔 이상주의자였다면 지금은 현실주의자가 된 거지요. 처음에는 아이들을 볼 때 친구들이 자유를 원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가만 보니까 꼭 그렇진 않더라고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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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 한국 대안학교들이 그동안 제 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양 : 그렇지 않다고 봐요. 아까 이야기했듯이 몇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요. 교육이 제대로 안 된 교사, 학교 철학과 상충하는 학부모, 그리고 가난함. 좋은 학교를 하고 싶어 했지만, 실제로는 좋은 학교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이 잘 안 만들어졌어요. 굉장히 고생하면서 최선을 다했지만, 우리가 생각했던 기준의 학교를 만들어내지는 못한 거예요.


제 : 안타까운 이야기네요.

양 :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아이들에게는 정말 그 학교가 없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자칫하면 자살하거나, 비뚤어지거나, 정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었던 아이들에게 학교가 구원의 손길이 된 경우도 분명히 있었어요. 또, 좀 더 양보해서 이야기해봅시다. 그래, 학교를 좀 못했어요. 교육도 좀 형편없었어요. 그럼에도 제도권에 비해서 뛰어났던 점은, 학교가 아이들을 존중해줄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아이들을 존중해줄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제도권보다 그래도 나았던 게 아니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내 착각인지도 몰라요. 허허.

 

제 : 현재 대안학교들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양 : 방금 말했던 마찬가지의 문제들을 계속 가지고 있다고 봐요. 그렇지만 그것보다도, 순수 대안학교 운동은 다른 이유로 많이 위축됐어요. 사회 변화로 인한 거예요. 인구가 줄어들고, 부모들도 일종의 위기감을 느끼면서 자녀를 더 이상 미인가 학교에 안 보내려고 하거든요. 아이들도 이제 자기 집을 안 떠나고 싶어해요. 생활이 안락하니까요. 많은 학생들이 기숙학교에 가기 싫어하더라고요.


제 : 그건 왜 그런 걸까요?

양 : 그거야 사회 문화가 변한 거지요.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잠겨서 사니까요. 웹툰부터 시작해서, 유튜브 같은 곳에서 생활을 다 하고 있잖아요. 기숙사에 가는 게 굉장히 귀찮은 거예요. 제재를 많이 받으니까요. 휴대폰 못 쓴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 괴로운 거예요. 아이들의 생활 방식이 달라진 거지요.


제 : 한국의 대안교육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까요? 새로운 모습의 학교가 등장할까요?

양 : 학습을 강조하는 학원 형태의 대안학교나 기독교 대안학교, 엘리트 대안학교들은 아직도 인기가 많아요. 그런 학교들은 당분간 계속 갈 것 같아요. 그런데 자연을 강조하고, 공동체 생활을 강조하는 과거 1세대 대안학교들은 거의 문을 닫고 있어요. 이것이 시대의 변화인지도 몰라요. 앞으로는 예전 학교의 문제를 보완하는 형태의 학교들이 많이 나올 거예요. 서울 오디세이학교 같은 1년 학교, 6개월 학교, 여행학교. 무엇보다도 홈스쿨링을 지원하는 센터와 프로그램이 많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제 : 공교육도 시대에 맞춰 변화할까요?

양 : 공교육의 큰 틀은 별로 변할 것 같지 않아요. 다만 혁신학교 운동이 어느 정도까지 성공할 것인지 지켜봐야 하는데, 아직 몇 군데 말고는 썩 성공한 것 같지 않네요. 제도권하고 큰 차이가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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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1세대 대안학교들은 거의 문을 닫고 있고,

예전 학교의 문제를 보완하는 형태의 학교들이 나올 겁니다."

간디학교를 필두로 했던 한국 대안교육의 시작부터 현재 국내 대안학교들의 상황까지,
한국 대안교육의 이야기를 양희규 선생님과 순서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외국의 대안교육 현장과 해외현장 개척,
그리고 한국의 10대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들어볼 예정입니다.

 

피스캠프 JAKE

jake@flypeacecamp.com

 


<인터뷰> '대안교육의 선구자, 양희규 선생님 #2' 바로 가기(링크) - http://flypeacecamp.com/indigo_camp/42813